Classical Music(입문)

무덤 속에서 나온 바이올린/Oblivion by Astor Piazzolla

몬티셀로 2022. 9. 16. 05:42

 

바이올리니트 김지연씨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좋은 연주자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소유한 바이올린에 얽힌 약간 기괴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로 인하여 주목 받는 면도 조금은 있습니다. 서울 태생인 김지연씨는 1991, 스물한 살 무렵, 새 바이올린을 찾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정말 마음에 드는 바이올린을 하나 발견했는데,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루기에리(Francesco Ruggieri 1630 - 1698)가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현존하는, 루기에리 바이올린들은 모두 300년이 훨씬 넘는 것들이지만 김지연씨가 구한 바이올린은 놀랍게도 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완벽하게 깨끗하고 흠이 거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명한 바이올린 감정가 다리오 다틸리(Dario D’Attili)를 찾아가서 감정한 결과, 이는 진품 루기에리(1669년작)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감정 전에 이미 이 바이올린에 푹 빠진 김지연씨는 이를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악기 감정가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이 바이올린을 소장했던 한 노르웨이 사람이 이 바이올린에 심한 애착을 가졌던 나머지, 죽으며 이를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겨서 관에 같이 넣어서 대락 200년 가량 시체와 함께 매장되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2차대전 중에 나치의 박해를 피하여 도주하던 유대인들 중에서, 바흐와 모차르트 등도 갖기를 원했었다고 알려진 스타이너( Jacob Stainer 1619-1683)가 제작한 바이올린을 땅에 몰래 매장했다가 몇 년 후에 다시 발굴했었던 적도 있다고는 하지만, 악기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관에 주인과 함께 수백 년간 매장되었던  바이올린이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합니다. 

 

김지연씨가 소유한, 300년이 넘었지만 새 것처럼 깨끗한 루기에리 바이올린(1669년작)에 얽힌 약간 기괴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요즘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 바이올린을 함께 묻어달라고 부탁한 전 주인의 영혼이 이 바이올린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곁에 두고서 필사적으로 안전하게 지켜온 것이었을까요? 오랜 세월을 땅속에 주인과 함께 묻혀서 영원히 "망각"될 수도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어떠한 사연으로, 다시 빛을 보게된 그 루기에리 바이올린으로 김지연(Chee-Yun Kim)씨가 연주하는 Astor Piazzolla Oblivion(망각)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