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입문)

내 이름은 미미(La Boheme 중에서)

몬티셀로 2022. 9. 16. 05:22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은 토스카 그리고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입니다. 가장 유명한 오페라 10개를 꼽으라면 순위에 관계없이 꼭 빠지지 않고 선정되는 오페라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4막으로 된 이 오페라는 앙리 뮈르제(Henri Murger)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의 정경(on Scènes de la vie de bohème)"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푸치니는 1896년 이 소설 중에서 일부 스토리를 각색하여 오페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게 됩니다. 이 오페라는 첫공연에서는 그다지 호평을 얻지는 못했지만 점차 인기를 얻어가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이태리 오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시인 로돌포는 화가, 그리고 철학자 친구들과 지붕밑 셋방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한 로돌포는 친구들을 앞세워 보내고 방에 남아서 작품을 마무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는데 이는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던 미미(루치아)였습니다. 그녀는 옷감에 수를 놓는 일을 하며 역시 가난하게 살고 있었는데, 성냥이 없었던 그녀는 촛불이 꺼지자 모르는 사람이었던 로돌포의 집에 불을 얻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초에 불을 붙여 돌아간 그녀는 로돌포의 방에 자기 방 열쇠를 떨어뜨리고 가서 다시 찾으러 옵니다만 불어온 바람에 로돌포 방의 불이 꺼져버리고 맙니다.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미미의 열쇠를 찾던 두 사람의 손이 닿자 로돌포가 그녀의 찬 손을 잡으며 부르는 노래가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입니다. 로돌포가 자신을 소개하고 나서 미미에게 그녀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이에 화답하여 미미가 자신을 소개하며 부르는 노래가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입니다. 수줍은 듯이 시인인 로돌포에게 정말 제대로 시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모두들 저를 미미라고 불러요.

하지만 제 이름은 루치아에요.

제 삶은 단순해요.

저는 늘 목면이나 비단에 수를 놓으며 살아요. 

그 일이 저는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백합이랑 장미를 수놓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꽃피는 봄을 이야기하고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향기로운 모든 것들을 수 놓는 것을 사랑해요.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시적(詩的)이라고 하지요.  

제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시겠어요?   

 

로돌포:    

 

다들 저를 미미라고 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늘 혼자 밥을 먹어요. 

성당에는 가지 않지만 

하느님께 많이 기도하곤하지요. 

지붕밑 작고 하얀 다락방에서

덩그마니 혼자 지내면서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하늘을 보기도 해요.   

 

봄이 오면 첫 봄볕은 나의 것이에요. 

4월의 첫 키스가 나의 것이지요. 

첫 봄볕이 저의 것이에요. 

(봄이 오면) 화분에서 장미가 피어나요. 

그러면 저는 꽃잎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죠. 

꽃향기는 너무나 달콤해요. 

하지만 제가 수놓은 꽃들은..... 

안타깝게도 제가 수놓는 꽃들은 향기가 없어요.   

 

저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릴 게 없네요. 

저는 그저 당신을 찾아와서

이렇게 귀찮은 일이나 부탁하여 폐나 끼치는 이웃일 뿐이죠.

 

이렇게 처음 만난 미미와 로돌포는 사랑에 빠지지만, 폐결핵 환자였던 미미를 제대로 돌보아 줄 수 없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는 그녀가 부유한 후견인이라도 만나서 제대로 치료라도 받아보기를 원해서 다른 핑게들을 대고 그녀와 헤어지려고 합니다. 미미는 그의 속 마음을 알게 되지만 가난한 두 사람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결국 헤어지고 맙니다. 로돌포와 헤어진 미미는 살아남기 위하여 온갖 일들을 다 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는 사랑하는 로돌포 곁에 돌아와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미렐라 프레니(Mirella Freni)는 파바로티와 젖남매였습니다. 파바로티와 한 동네에서 태어났는데 두 사람의 어머니가 모두 담배 공장에 다니느라고 아이를 돌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아이를 가진 한 여성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맡겨서 젖을 먹여 키우게 된 것입니다. 미렐라가 몇 달 먼저 태어나서 파바로티가 젖동생인 셈입니다. 거구인 파바로티를 두고 기자들 앞에서 미렐라는 '젖을 누가 다 먹어버렸는지 파바로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농담을 했다고 합니다. 성경에 예수님에게 한 사람이 "당신을 먹인 젖이 복이 있나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유모의 젖이야 말로 세계적인 성악가를 두 명이나 만들어낸 '복있는 젖'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