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 - 1934)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는 결혼식이나 약혼식에서 많이 연주되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곡입니다. 본래 피아노 반주에 맞춘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작곡되었지만, 편곡되어 많은 다른 악기로도 연주되고 있습니다. 이 곡이 결혼식이나 약혼식에서 많이 연주되는 데에는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엘가는 잉글랜드의 우스터(Worcester) 인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악보와 악기를 판매하는 영세한 상점을 운영하면서 피아노 조율도 하고,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서 일을 하기도 하였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엘가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며 자라났습니다.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일의 라이프찌히의 음악원에 유학하려고 독일어를 공부한 적도 있었지만 넉넉하지 못한 가정 환경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가게일을 돕기도 하고 시골 악단의 지휘자 등을 하면서 독학을 하다시피하며 음악을 공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의 바이올린 강사직을 갖고 있었지만 수입이 너무 적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의 개인 교습하며 생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한 여자 교습생을 새로 받게 되었는데 그녀가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게 됩니다. 그녀는 엘가보다 여덟 살 연상의 명문가의 딸 캐롤라인 알리스 로버츠(Caroline Alice Roberts)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기사 작위도 받은 바 있는 유명한 장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자 하지만, 캐롤라인의 집에서는 가난한 무명의 시골뜨기 음악가인데다가, 카톨릭 신도인 엘가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캐롤라인에게 호적을 파가든지 결혼을 포기하던지 양단간에 선택을 하라고 통보를 합니다. 이에 캐롤라인은 망설임 없이 사랑을 택하고 모든 상속권을 포기합니다.
1888년 7월, 엘가는 사랑 때문에 가난해지기로 한 약혼자를 위하여 곡을 하나 씁니다. 그는 이 곡의 제목을 독일어로 "Liebesgruss(사랑의 인사)"라고 지어서 캐롤라인에게 약혼 선물로 헌정하였습니다. 그녀의 독일어가 무척 유창했고 또 엘가도 유학 준비로 독일어를 배운 바가 있어서 이렇게 제목을 정한 것 같습니다. 캐롤라인은 가난한 약혼자 엘가를 위하여 약혼 선물로 그녀의 시 "The Wind at Dawn(새벽녘에 부는 바람)"을 헌정하였습니다. 그 이듬해인 1889년 5월, 성당에서 올린 두 사람의 혼배성사에는 신부 측에서는 사촌 한 사람과 그의 부인 두 사람만이 참석하였습니다. 엘가 쪽에서는 그의 부모와 친구 한 명만 참석한 조촐한 예식이었는데 아마도 신부측 하객이 없는 것을 배려하여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엘가는 7남매 중에서 넷째였지만 형제 자매들은 한 명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친족과 부유한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가난한 시골뜨기 무명의 음악가와 결혼하여 가난해진 아내는 헌신적으로 남편을 내조하여 점차 엘가는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려나갔지만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마흔 살이 넘은 후였습니다. 42세인 1899년 엘가는 Enigma Variations를 발표하여 전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엘가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우뚝서서 가난한 무명의 음악가와 결혼해 준 아내에게는 톡톡히 보답을 하였지만, 하층계급 출신에 영국에서는 비주류인 카톨릭 교도로서 엘가는 늘 스스로 자신을 소외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지냈다고 합니다.
가난한 무명의 작곡가가 자신과의 사랑을 선택하기 위하여 명문 가문의 배경을 포기하고 가난한 작곡가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 약혼자에게 음악으로 건네는 사랑의 인사(Salut d'amour)를, 사연을 생각하면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 연주되지만 첼로로 많이 연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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