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들 중에서 제목과 실제 음악간에 괴리가 있는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이 그 중 하나입니다. 제목만 보고 행진곡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피아노 소나타 곡입니다. 모두 3악장으로 이루어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A 장조(K. 331)> 중에서 3악장이 터키행진곡이라고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18~19곡의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모차르트가 이 곡의 제목을 터키행진곡으로 지은 것도 아니지만 이 곡은 <터키행진곡>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모차르트는 모두 20여개 이상의 행진곡을 작곡했는데 이들 중 14곡에 행진곡(Marcia)으로 제목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널리 연주되거나 잘 알려져 있지 않는데, 행진곡이 아닌 소나타 곡이 모차르트가 작곡한 행진곡으로 잘못 알려지고 또 유명해진 것은 재미있습니다.
이 곡의 제목이 터키행진곡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원인은 이 소나타의 3악장의 악상 지시어 Alla Truca에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Alla Truca는 이태리어로 “터키풍으로(Turkish)”란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터키는 17세기까지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유럽의 일부를 아우르는 거대한 대제국을 건설했던 오스만 제국을 의미합니다. 거대한 영토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여러 지방의 다채로운 문화를 집대성한 터키의 보다 우월했던 문물과 문화가 유럽에 전해지며 당시에 유럽에서는 가구, 장식, 음식, 의복, 음악, 미술 등 모든 면에서 터키풍이 광적으로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터키풍 또는 터키적(Turkish)이란 오늘날 우리들의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당시에는 다채롭고 이국적이고 생동감 넘치고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모차르트가1782년에 비엔나에 정착하여 처음으로 작곡한 오페라인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에서 코러스 부분을 들어보면 당시 모차르트가 생각하던 터키풍의 연주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심벌츠, 트라이앵글, 큰북, 터키시 크레셴도(Turkish crescent)등 타악기를 많이 사용하여 흥겹고 생동감 넘치고,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이 납니다. 들어보시기 바랍니다[The Abduction from the Seraglio K 384, Chorus].
당시 거대한 영토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오스만 제국은 종교개혁 후에 30년 전쟁을 치르는 등 갈라져서 대립하던 서유럽의 여러 나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여러 차례 서유럽을 침공하여 비엔나를 두 번이나 포위하여 함락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터키군의 핵심 전력을 예니체리라고 불렀는데 예니체리의 군악대인 마흐테르는 세계 최초의 실질적인 군악대였습니다. 전쟁터에서 최전방에까지 나와서 전투 중에 전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연주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포위되었던 비엔나 사람들에게는 성 밖에서부터 들려오던 터키군의 군악대 마흐테르의 음악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대표적인 터키 음악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터키 음악 하면 군악대 음악, 또는 진군가(행진곡) 이렇게 강하게 인상 지어지면서, 터키풍으로 연주하라는 악상 지시어(Alla Truca)가 달린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소나타 11번 A장조(K.331)가 유명하게 되어 세간에 널리 회자될 때, 이곡의 별명으로 어느 틈에 모차르트의 터키 소나타, 모차르트의 터키곡 등을 거쳐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으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행진곡이 아닌 가장 유명한 행진곡 중 하나인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Mozart Piano Sonata No.11 in A major (K.331)
1) Andante grazioso
2) Menuetto Rondo
3) Rondo Alla Turca (터키행진곡)
'Classical Music(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자클린이 아니고...../ Les larmes de Jacqueline (0) | 2022.09.01 |
---|---|
음악은 폭탄보다 강하다/Jesu, joy of man's desiring (4) | 2022.08.21 |
목숨을 건 연주/Chopin Nocturne C-sharp minor (0) | 2022.08.06 |
남 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 (0) | 2022.08.04 |
엘비라 마디간 콘체르토/모차르트 (0) | 202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