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BWV1041과 BWV1042는 바흐가 쾨텐에서 궁정악장으로 일할 때 작곡된 작품입니다. 쾨텐에서 보낸 6년은 바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이기도 했고, 가장 큰 불행을 맛 본 시기이도 했습니다.
바흐 당시의 궁정악장들은 주로 두 가지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하나는 궁정에서 사용되는 음악들을 작곡하고 악단을 연습시키고 공연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영주가 관장하는 영지 내의 교회의 예배에 쓰이는 음악들을 작곡하고 교회 합창단과 기악부를 관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쾨텐의 영주 레오폴드 공은 엄숙한 예배에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것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던 칼뱅파의 개신교도였기 때문에 영지의 교회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예배용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바흐는 이 시기에 매주 예배에서 사용되는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보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흔히들 바흐를 종교음악가로 알고 있지만 여러 분야에 걸쳐서 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특히 쾨텐 시절에 예배용 칸타타 이외의 많은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작곡하고 연주할 기회가 있었던 이 쾨텐 시절이 바흐에게는 무척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 이 시절은 바흐가 참담한 아픔을 겪은 시절이기도 합니다. 바로 첫사랑이자 사랑했던 아내를 이곳에서 잃었습니다. 바흐의 아내 마리아 바바라 바흐(Maria Barbara Bach, 1684-1720)는 바흐와 6촌 관계였습니다. 게렌(Gehren)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아른스타트의 친척 집에서 성장하였습니다. 바흐가 19세인 1703년 8월에 아른스타트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취직하여 이사오면서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도 동병상련의 마음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바흐도 9세에 어머니를 잃고 몇 달 후에 또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5세 위의 큰형이 돌보아 주며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가난했던 형의 집에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면서 형 집에 기거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바흐는 형 집을 나와서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하면서 자랐습니다.
아른스타트 교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바흐는 4년만인 1707년에 뮐하우젠에서 근무 조건이 훨씬 좋은 직장을 구해서 뮐하우젠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때 바바라는 바흐를 따라나섰습니다. 이곳에서 바흐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후에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바바라는 유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현모양처형의 좋은 아내였던 것 같습니다. 바흐는 조금 다혈질이고 고집이 센 편이었는데 결혼 생활 내내 바흐와 바바라는 거의 충돌이 없이 잘 지냈습니다.
1718년, 좋은 조건으로 마음껏 자기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쾨텐으로 옮긴 바흐는 마냥 행복했지만 쾨텐에 온지 2년만에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게 됩니다. 1720년 5월 바흐는 체코에 있는 온천 도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로 떠난 레오폴트 공의 휴가 여행에 동행하였습니다. 2달만에 돌아와 보니 아내 마리아가 얼마 전에 급사하여 이미 장례식까지 마쳤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건강했던 아내와 웃으며 작별했는데 2달만에 돌아와 보니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는 소식에 바흐로서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사랑을 잃은 마음의 상처는 사랑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는 말처럼 바흐는 쾨텐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었지만, 쾨텐에서 작곡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때때로 이 당시의 바흐의 심정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쾨텐 시절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바흐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BWV1041의 1악장과 3악장을 힐러리 한(Hilary Hahn)의 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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