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은 2차대전 전에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독일 작센주의 주도(州都)인 이 도시의 구도심에는 수백 년 된 바로크 시대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엘베강가의 베네치아란 별명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영국과 미국의 2천여대에 가까운 폭격기가 무려 3,900톤에 달하는 폭탄을 투하하여 도시 전체를 3일간에 걸쳐서 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며칠새 무려 25,000명의 민간인들이 폭격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습니다. 드레스덴에 작은 군수공장들이 산재해 있었다기는 해도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변하게 한 것은 군사 시설의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닌 독일인들의 사기를 꺽어서 전쟁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무차별적인 폭격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불바다가 된 이러한 폭격 가운데에서 소실될 수도 있었던 중요한 악보가 극적으로 살아남아서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차대전 직후에, 전쟁시 연합군의 공습으로 거의 파괴가 되다시피한 독일의 드레스텐의 작센주립 도서관에서 이태리의 작곡가이자 음악사학자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 1910-1998)는 이태리 베네치아의 작곡가 알비노니(1671-1751)의 교회 칸타타 곡의 원고의 일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알비노니는 비발디와 동향으로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작곡가입니다. 1722년 독일 바이에른의 선제후 막시밀리안2세의 초청으로 독일에 와서 활동하게 되어 그의 악보들이 독일에 남게 된 것입니다.
알비노니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던 지아조토는 그 악보가 알비노니가 1708년에 작곡하였지만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는, 그의 네 번째 작품의 일부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는 이 쪼가리 원고의 기본 선율을 이용하여 작곡하여 1958년에 이를 "두 가지 주제에 관한, 그리고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토마소 알비노니의 현악기와 오르간을 위한 Adagio in G minor"라는 비교적 긴 제목의 곡으로 출판하였습니다. 곡을 출판한 지아조토 자신의 설명에 따라서 이 곡은 알비노니의 곡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아조토는 자신이 발굴한 알비노니의 원곡 일부를 1998년 사망할 때까지 일절 공개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 알비노니를 작곡자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지아조토를 작곡자로 보아야 하는지 이 곡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게 되었습니다. 후에 음악사학자 Muska Mangano는 지아조토가 남긴 악보와 원고들을 연구하면서 알비노니 원본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지아조토의 악보에 표시된 원곡 부분을 확인하여 알비노니의 원곡이 드레스텐 도서관에서 발굴된 것이라는 지아조토의 말이 신빙성이 있다는 것에 무게의 추를 옮기게 하였습니다. 현재 학계의 이 곡의 저작권에 대한 공통적인 의견은 알비노니의 아주 짧은 원곡에 영향을 받기는 하였지만 이 곡은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의 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드레스덴 공습의 불바다 속에서도 살아 남아서 지아조토에게 영감을 준 알비노니의 몇 소절의 악보를 바탕으로 작곡된 ‘지아조토의 Adagio in G minor’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Adagio for Strings와 함께 흔히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두 아다지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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